본문 바로가기

하루살고

색다른 크리스마스이브

반응형

"남의 생일에 네가 왜 난리냐!"

이렇게 말하던 남편이
올해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찹스테이크와 감바스와 와인을 먹잔다.

드디어 크리스마스이브 아침.
연속으로 울려대는 남편 카톡.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저녁에 친구들이 함께 가잔단다.

그 순간..
실망스러움과..
아니, 왜 남편에게 화가 나려고 하지?

요동치는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데
남편이 고기 덩어리를 손질한다.
찹스테이크 해 먹으라고.

본인은 먹지도 못하는데 손질해 주고 가는 남편을 보니 요동치던 마음이 잦아들고.

첫째는 장염이 걸려 계속 자겠다고 하고..
둘째에게 찹스테이크 만들어 먹자고 한다.

유튜브를 열심히 보아가며 정신없지만 같이 찹스테이크를 완성하고,

이제 와인을 딸 차례.
어라? 남편이 없잖아!

둘째가 도전한다.
너무 힘을 준 걸까?
와인 오프너가 부러져 버린다.
펜치로 힘들게 오프너를 빼내고,
다른 오프너로 재도전하였으나,
코르크 마개는 꿈쩍도 않는다.

천신만고 끝에 와인 따기 성공!
둘째는 앞으론 와인 안 딴다고 선언!

나는 기쁜 마음으로 케익을 꺼내고
"We wish your merry christmas" 노래를 튼다.

다른 때처럼 노래 부르고, 촛불 불고, 케익 먹자고.

그런데..
둘째는 그냥 먹잖다.
배 고프다고.
와인 따며 지쳐버렸나 보다.

그냥 먹으면 두고두고 서운할 것 같아
폭풍 흡입하는 둘째를 앞에 두고 혼자 노래를 부른다.

둘째는 찹스테이크를 해치우고,
연달아 케익도 해치우고,
잘 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방으로 가 버린다.

앗!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

나의 달달한 크리스마스이브는 어디로?

다시 마음이  출렁이기 시작한다.
조금만 삐끗하면 둘째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 것 같다.

그래도 같이 찹스테이크 만들었잖아.
같이 와인잔도 부딪쳤잖아.

마음을 달래고.

식탁 위에 있는 빈 접시들과,
크리스마스 캐럴 100선을 들으며,
케익과 모스키토 와인을 번갈아 가며 먹는다.

오~
이것도 색다른 맛이네~
나만의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이브!






반응형

'하루살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01.08  (4) 2024.01.08
2024.01.02  (4) 2024.01.02
2023.12.30  (2) 2023.12.31
2023.12.23  (4) 2023.12.23
2023.12.17  (8) 202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