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 우리집 펜션 - 성산 일출봉 - 승승국수 - 돌문화공원 - 건미식품 - 제주 시티 호텔 - 민속감자탕 제주 1호 본점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재빨리 성산일출봉과 바다 쪽을 보았다. 짙은 구름이 끼어 있다. 일출은 못 보겠구나. 다시 잠이나 자자.
핸드폰이 울렸다. 아침 가지러 오란다. 토스트, 수프, 착즙한 감귤쥬스, 사과와 귤이 예쁜 그릇에 맛깔나게 담겨 있다. 원두커피도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내려져 있었다. 토스트는 역시 맛있었다. 조식으로 샌드위치가 나오기도 한다는데 샌드위치도 먹어보고 싶어졌다.
그새 구름들이 사라지고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성산 일출봉에 가야지. 주차장에 내리자 바람이 쌩~ 맞아준다. 올라가는 길은 계단으로 잘 닦여 있었다. 한 번씩 뒤돌아보면 파란 바다가 시원스러웠다.

드디어 정상! 분화구였던 곳이 우묵하고 나무와 풀들이 자라 있었다. 그 뒤로 파란 바다가.. 바람은 언제 사라졌는지 자취를 감추고 햇살이.. 분화구 위를 달려보고 싶지만 보존을 위해서인지 들어갈 수 없게 해 놓았다.
분화구와 바다를 보며 앉아 있자니 또 커피 생각이 난다. 가방을 열심히 뒤져 카누 한 봉을 찾아냈다. 물통을 꺼내보니 카누 한 봉을 먹기에는 물이 너무 많다. 그래도 어떻게 가지고 온 물인데 그냥 버릴 수는 없다. 남편과 벌주 마시듯 나눠 마시고.. 커피를 마시며 멍잉을 한다. 얼굴에 햇살이 살짝 따가웠지만 그래도 이 느낌 좋다.
내려오는 길에 바위 위에 자라는 나무를 보았다. 흙도 없는 것 같은데.. 바위가 물을 머금고 있나? 우리의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정상에서 무료 해설을 해주시던 분이 화산재가 모여 만들어진 바위라 물이 스며든다며 성산일출봉과 본 섬도 화산재들이 쌓이고 쌓여 연결된 것이라고 알려주신다. 성산 일출봉의 돌들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시다 돌문화 공원을 추천해 주신다. 점심 먹고 들러봐야겠다.
성산 일출봉 화장실 옆 쪽으로 올레길이 있었다. 올레길 한쪽으로 군청색 바다가 펼쳐지고, 바다 뷰를 품은 카페들이 있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해 뜨는 성 펜션". 모든 창문이 바다를 향해 있었다. 검색해 보니 뷰가 장난 아니라는 댓글이 수두룩. 다음엔 여기 묶어봐야겠다.
이제 슬슬 먹어야지! 남편이 찾은 도민맛집인 승승국숫집으로 갔다. 예전에 먹어본 고기국수는 느끼해서 별로였는데 여기는 멸치육수란다. 가격도 저렴하고. 국물도 개운하고. 국수를 한 입 먹고 김치를 먹었다. 맨입에 먹은 김치는 좀 세다는 느낌이었는데 고기와 국수랑 같이 먹으니 딱 좋았다. 맛있어서 김치를 4번은 리필해 먹은 것 같다.
배를 두둑이 채우고 돌문화공원으로 출발! 입구에 키보다 높은 돌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어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이어서 간 곳은 하늘연못. 커~~~ 다란 동그란 연못(?) 가운데 동그란 나무 무대가 있고 사람들은 장화를 신고 물을 걸어 다니거나 무대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하늘이 물에 비쳐 내려와 있는 것 같았다. 우유니 사막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나도 걸어 다니고 싶은데.. 장화를 대여해야 하나?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무료로 차례차례 신고 들어가면 된단다. 재빨리 줄을 서자 남편이 그냥 가잔다. 우유니 사막은 못 가도 여긴 꼭 걸어보고 싶어! 결국 내 차례가 와서 신으려 하니 재빨리 다가온 남편이 내 장화를 신는다. 뭥미? 남편도 체면상 망설였나 본데 물에 들어가니 아이 같다.
하늘 연못을 나와 박물관으로 갔다. 처음 눈에 띈 것은 신기한 모양의 수석들. 우와! 이게 정말 사람이 만든 게 아니란 말이지? 감탄하며 다음 방으로 갔더니 초등학교 시절 과학실에서 봤던 풍경들이 펼쳐진다. 돌이 있고 설명이 붙어있고.. 판넬에 제주도 형성 과정이 사진과 글자로 적혀있고.. 노안이라 글씨 읽기도 어려운데 조명까지 어두워서 읽기 어렵다는 핑계를 대며 왠지 꼼꼼히 읽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밀어냈다. 아니, 요즘 시대에 판넬이 뭐람! 증강 현실로 체험하게 해 주거나 스펙터클 하게 영화처럼 만들어 상영해 주면 얼마나 좋아..
좀 더 지나가니 운석이 있었다. 잉? 이게 운석이야? 길에서 보면 전혀 모르겠다..
다음엔 용구라고 불리는 커다란 동그란 돌들이 있었다. 용암이 굳으며 가스가 빠져나가 구멍도 송송, 가운데는 비어 있었다. 친절하게도 잘라서 속도 보여주었다.
다음 방에는 웬 나무가? 그런데 나무가 아니란다. 돌이란다. 나무를 감싸고 흐르던 용암이 어찌어찌해서 굳고 나무는 타버려 만들어진 돌이라고 하는데 모양들이 너~무 신기했다.
박물관을 나오니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시기별 제주 돌 문화를 볼 수 있도록 마을처럼 각각 만들어 놓은 곳들이 있었다. 참고로 바람이 불어 사람도 적고, 아직 날씨가 쌀쌀해 온통 황톳빛인 산 중에 만들어진 곳이다. 이런 곳을 걸어 다니는데 마지막엔 무덤에 세워져 있던 돌로 된 인물상들이 쭈욱 늘어서있다. 아, 저승길 가는 기분. 머리가 오싹! 도망치듯 나왔다. 해설사 아저씨가 제대로 둘러보려면 5시간은 걸릴 것이란 말처럼 정말 넓었다. 초록초록한 날에 돌아다니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젊어서 놀아야 한다고 힘들어서 이제 못 놀겠다. 오늘은 숙소로 돌아가는 것으로. 가는 길에 서자매김밥집에서 알려준 건미식품에 들러 갈치속젓과 멜젓을 샀다. 가격이 시중 대비 상당히 저렴했다. 대신 현금 박치기!
저녁 먹을 곳으로 점찍은 청국장집이 휴무라서 근처의 감자탕 집에 들어갔다. 감자탕이 나오고.. 잉? 그런데 감자는 어디에? 물어보니 여기는 뼈에 붙어있는 부분을 감자라 지칭하고 그래서 감자를 조금만 넣는단다. 잘 찾아보니 조그만 감자 조각이 있었다. 제주도는 그렇구나 하고 있는데 감자 여러 개를 그릇에 담아와 넣어주신다. 오~~ 맛도 있었고, 고기도 엄청 많았다. 리뷰를 찾아보니 도민 맛집이란다~ 운 좋게도 저녁도 성공!!
이렇게 오늘 하루도 마무리!!
Tip
- 다음날 그을린 얼굴에 놀라고 싶지 않다면 성산 일출봉에서는 꼭 모자를 쓰자.
- 하늘 연못을 걸어 다니면 물결이 만들어져 어지러우므로 아래를 보고 걷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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